사순절 릴레이 기도회 간증문
곽경화 마을 이지훈 목장
갓픽쳐 팀장 조병훈
1. 욕쟁이 사역팀장
나는 교회에서 영상팀(갓픽쳐) 팀장을 맡고 있다.
그렇다고 영성이 뛰어나거나 믿음이 특출난 사람은 아니다.
그렇기에 간증문을 마치 내가 다윗인 양 바울인 양 고상 떨면서 쓰고 싶지 않다.
교회에서 오픈하기 부끄럽지만 나라는 사람은
힘들 때 불평하고 마음속으로 기도보다 ‘ㅅㅂ’을 더 많이 읊으며,
기분 좋을 때 내가 잘했다고 내 의를 내세우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목자, 사역 팀장들은 뛰어난 영성, 사명을 가지고 헌신하시는 분들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의 일에 완전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유하는 교회 청년부의 청년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예수님의 모습으로 살아내어
그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선한 영감을 받아 선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라고
그런 삶을 살아내는 청년들 중 하나가 내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성경을 열심히 읽고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사순절 릴레이 기도회가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2. 제가 이걸 왜 쓰게 됐냐면요…
이번 사순절에 우리 교회 청년부는 사순절 챌린지와 별개로
기도팀에서 주관하는 사순절 릴레이 기도회를 진행했다.
진행 방식은 사순절 챌린지와 결을 같이 했지만 개인 단위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왕 챌린지 하는 거 릴레이 기도회도 하면 좋겠다 싶었고
사순절 동안 딱 2일만 하기로 결정하고 신청했다.
근데 릴레이 기도회 참여자가 현저히 적다는 소식을 듣고
청년부 기도 줄이 끊기지 않도록 매주 월요일에 기도회에 동참하기로 결단했다.
나는 매주 챌린지 영상을 찍어내듯 만들어야 했고,
게다가 회사 일도 해야 했기에 주7일 근무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내가 왜 이런 결단을 했는지… 그 결단 덕분에 정말 미친 듯이 힘든 사순절 기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미친놈이 분명했다.
그리곤 사순절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기도팀 팀장께
릴레이 기도회 간증을 작성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이게 내가 지금 이 글을 적는 이유이다.
3. 그걸 누가 몰라?
전지호 목사님께서는 사순절 기간 동안 교회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설교하셨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설교를 들을 때마다
‘그걸 누가 몰라? 그렇게 사는 게 어려울 뿐이지 나도 알아’라고 생각했다.
설교가 끝나면 들었던 설교는 내 머릿속에 온데간데없고
그냥 나 살던 대로 사는 게 전부였다.
예배 참석 잘하고 교회 일 열심히 하지만 삶을 살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와 살면서 생긴 고집만 있을 뿐
말씀과 기도는 없었다.
(과거형으로 쓰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하긴 하다ㅋㅋ)
하지만 이번 3월은 뭔가 조금 달랐다.
사순절 기도회를 통해 바빠도, 하기 싫어도
내가 사람들 앞에서 하겠다고 말한 것 때문에 말씀 읽고 묵상하고 기도해야 했다.
안 그래도부족한 쉬는 시간을 줄여서 기도하고 묵상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너무 아깝고 귀찮았던건 안비밀이지만
사순절 릴레이 기도회는 나에게 말씀 묵상과 기도 동역자의 중요성,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익함을 알게 해주었다.
4. 소도 하는 되새김질을…
추상적으로 아는 것과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에베소서와 요한, 마가, 마태복음을 읽고 묵상하며
오늘 내가 말씀을 통해 느끼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지난 주일에 들었던 설교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산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은 참 유익했다.
특히 에베소서는 정말 구체적으로 크리스천으로서 삶에 대한 매뉴얼을 적어 놓아서
앞으로 내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나 목적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내 삶에 조그만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평소에 내 일하기에만 급급했던 내가
부모님을 공경하라는 하나님 명령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부모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거나
문득 내 옆에서 일을 도와주는 동역자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그 예이다.
그와 함께 지난 주일에 들었던 설교가 오버랩 되면서
한 번 더 곱씹어 보는 것은 바짝 마른 수건을 물에 담갔을 때 아주 천천히 물이 흡수되는 것처럼
말씀이 나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느꼈다.
‘소도 하는 되새김질을 나는 이제서야 하네.’
5. 기 최 몇?
여러분은 하루 기도 최대 몇 분을 하시는지??
살면서 평일에 교회든 집이든 일정 시간을 내어서
정식으로 하나님 앞에서 기도를 해본있었던가?
우리 교회는 성도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지하 1층 힐링 채플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이번 릴레이 기도회는 내가 정한 날에 아무 시간에 기도하고 묵상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이왕 하는 거 교회 가서 기도하고 묵상하기로 결정하고
월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묵상하고 필사하고 기도했다.
삶의 자리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시간을 내어 일부로 교회에 찾아가서 묵상하고 기도할 때 누릴 수 있는
묘한 기분이 있다.
(이게 흔히 은혜라고 표현하는 건가 싶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릴레이 기도회 시작 후
처음 예배당에 들어서 어두운 공간에 홀로 빛나는 십자가가 내 앞에 보였을 때,
그때 마음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따뜻하면서도 멜랑꼴리하면서도
울컥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 때문에
‘하 ㅅ... 하나님 이미 아시죠..저 개 힘들어요’ 하면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 있다.
난 무언가 하기 위해 교회에 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이미 완성된 듯한 기분,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갔을 때
너무너무 반갑게 맞이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이미 내가 이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한 순간도 있었다.
생각해 보니 휴무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광고 때 나갈 홍보 영상과 챌린지 영상을 만들어야 해서 바쁜 그날들에
릴레이 기도회를, 그것도 매주 신청한 것도 정말 미친 짓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묵상문을 올렸을 때 열심히 공감 표시해 줬던 릴레이 단톡방 동역자들과
묵상에 불편함이 없도록 담당 날에 잊지 않고 안내를 해준 기도팀 부팀장님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하겠다고 하고는 안 했을 때 몰려올 부끄러움이 싫기도 했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 나를 움직이게 했던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를 움직이게 했던 그 힘이 하나님이다’
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믿음이 아직은 내게 없다.
하지만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릴레이 기도회를 하면서 하나님과 나눴던 마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6. 진짜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고요?!?!
나름 간결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두서도 없고 긴 글이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함께 읽어준 당신에게 존경을 표한다.
사순절 릴레이 기도회, 분명히 어렵고 귀찮고 힘들었다.
그래도 다음에 또 한다고 하면 기꺼이 동참할 것 같다.
평소에 내 의지로 하기 힘들었던 경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 가운데 느낀 감정과 생각들,
기억과 삶의 변화들은 내게 매우 소중한 것이 되었다.
무엇보다 당신에게 신앙심이 깊지 않다면 앞서 말한
내 신앙적인 경험과 고백을 다 빼고 생각해 보더라도
분명히 글을 읽고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유익하다.
그리고 그 책이 사람의 본질, 선한 역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성경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통찰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삶이 있음에도
릴레이 기도회를 잘 진행하기 위해 매일 같이 힘써 준 기도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